박창호 재능대학 유통물류과 조교수

세계는 지금 국경을 넘어 대형 항만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선박의 대형화는 해운회사 입장에서 보면 운항비를 절감하면서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이득을 가져다준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미리 알아서 먼저 서비스체제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서비스업의 기본이다. 항만 또한 선사와 화주가 원하는 바를 먼저 알아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고객으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이 국가항만으로 집중 육성해서 한때 세계 5위의 컨테이너처리실적을 갖는 허브포트였던 고베항이 10년만에 세계 30위권 밖으로 밀려난 사실을 보면 세계 해운항만시장이 얼마나 냉혹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화제를 인천항으로 돌려보자. 인천항은 5만톤급 미만의 선박만 출입할 수 있는 갑문내항이 주 항만인 재래식 항만이다.

게다가 적어도 2020년까지는 공칭능력 5만톤급 이상의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부산항과 광양항도 5만톤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시설로 설계되었지만 10만톤급 선박도 입항하고 있으니 인천항도 마찬가지라고.

선박의 접안시설인 부두에는 크게 육상시설과 해상시설이 있다. 해상시설은 선박이 출입할 수 있도록 적정 수심과 폭을 가진 수로와 입항한 선박이 돌아서 나갈 수 있도록 선박을 돌릴 수 있는 선회장이 있어야 한다. 선박이 안전하게 출입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등대와 부표 같은 항로표지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부두 전면에는 선박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충분한 수심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육상시설은 먼저 접안한 선박으로부터 화물을 내리거나 싣기 위한 하역장비를 갖추어야 하고, 하역한 화물을 이송해 갈 장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5만톤급의 선박이 출입할 수 있도록 육상시설과 해상시설을 갖추었을 경우 더 큰 선박이 들어오게 되면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사고가 났을 때는 그 항만에서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그 항만에 들어갈 수 있는 선박의 규모가 관행적으로 알려져 있어야 한다.

부산항과 광양의 선박접안시설은 선석이 5만톤급을 기준으로 할 때 몇 개인지를 셀 수 있도록 편의상 잡아두는 것이지, 5만톤급(컨테이너선 기준 4000TEU급)의 선박에 맞추어 항만과 부두시설을 설계한 것이 아니다. 때문에 실제로는 9천TEU급 컨테이너선이 실제 부산항에 입항하여 하역을 한 사례가 있다. 1만TEU급 이상의 선박이 입항할 수 있도록 여유 있게 항만이 설계되어 있고, 추후 수역시설과 육지시설은 상황에 맞게 조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인천항에는 우선 5만톤급(4천TEU급) 이상의 선박은 물리적으로 갑문내항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내항의 부두에는 5만톤급 이상의 선박을 서비스할 수 없다. 컨테이너부두로 개발된 남항의 컨테이너 하역시설에도 1만TEU급 이상의 선박이 입항하게 되면 정상적으로 하역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인천항에는 정상적으로 1만TEU급의 대형컨테이너운반선이 들어올 수 없는 것이다.

할 수 없는 것과 안하는 것은 다르다. 인천항은 현재 대형항만 경쟁에 참여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런 시설 수준을 가지고 항만의 경쟁력을 갖추기를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다. 이러한 시점에 인천신항이 착공되었고 2020년까지 30선석 규모의 컨테이너 및 일반화물 취급 부두를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 5만톤급(컨테이너선 4천TEU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현재 상태로만 보면 인천항의 대형항만 경쟁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최근 국토해양부에서는 우리나라 항만의 발전정책을 투포트시스템(Two Port System)을 근간으로 한다는 취지의 발표가 있었다. 부산항과 광양항을 거점항만으로 육성·발전시키는 정책이라는 것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책이다.

국가 정책에 앞서 먼저 기반시설이 제대로 없으면 인천항의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인천신항은 1만TEU급 선박이 입항할 수 있도록 항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그냥 5톤급(4천TEU급)으로 해놓고 나중에 어떻게 조정해보자는 식의 태도는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그 다음은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는 인천항은 1만TEU급 컨테이너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항만시설을 갖춘 대형항만이 되어야 한다. 그럼 이제 누가 그 일을 시작할 것인가?

인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