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호 재능대학 유통물류과 교수

100여 년 전 영국의 런던항만자치공사(Port of London Authority)에서 시작되어 미국과 유럽의 선진항만에서는 항만자치공사(Port Authority; PA) 제도가 잘 정착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도입되는 과정에서 항만의 국가소유 원칙을 고수하려는 해양수산부와 지역기반의 항만관리를 요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이견으로 10년 가까이 논란을 겪었다.

참여정부의 인수위원회 기간 중 해양수산부가 항만공사 도입을 전격 수용하면서, 항만자치공사(PA)를 도입하기 전에 과도기적으로 우선 부산항과 인천항에 한국 실정에 맞는 항만공사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부산항만공사(2004년 1월 16일)와 인천항만공사(2005년 7월 11일)가 들어섰으며, 최근에는 추가로 울산항만공사를 설립하였다.

부산항만공사는 초기에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등 관련기관과 위상정립 및 협력체계 구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데 반하여, 인천항만공사는 비교적 원만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과도기가 끝나기도 전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산과 인천의 항만공사는 ‘주인’이 해양수산부 장관에서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바뀌었다. 급기야 소위 ‘민영화대상 공기업’으로 분류되어 있는 부산항만공사와 인천항만공사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함께 고강도의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항만공사는 향후 진로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임기가 6월과 7월로 만료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항만공사의 사장들은 본인의 거취와 공사의 향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매우 곤혹스러울 것으로 사료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2001년 3월 말 설립되어 초대 사장은 당시 관할 정부부처인 건설교통부 출신이 맡았으나, 2대 사장은 글로벌 물류기업 사장 출신인 전문경영인이 맡았다. 그리고 3대 사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인천항만공사 또한 비슷한 시기에 2대 사장의 취임을 앞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존속했더라면 부처의 속성상 해양수산부의 고위공직자가 사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겠지만, 국토해양부로 흡수된 입장이라 사장 인선에 변수가 많이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점에 인천시의회에서는 인천항의 관리권을 인천시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어 인천항만공사는 2중, 3중으로 복잡한 상황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인천항의 실정을 보면 인천항만공사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하여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치열한 주변 항만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신항만의 건설과 기존항만의 재생(regeneration)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 및 투자유치, 글로벌 화주와 선사 및 물류기업의 유치, 항만배후산업 육성, 지역과의 조화로운 공생, 항만과 공항의 효율적인 연계 등 산적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유능한 인사가 인천항만공사의 사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천항만공사의 조직구조가 선진항만에서 채택하고 있는 항만자치공사제(PA)로 빠른 시일 내에 전환되어 재정적·인사권적 독립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신항만 건설과 기존항만의 재생사업을 수행하고 차별화한 마케팅으로 인천항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인천항만공사 지분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협조와 민간 참여를 적극 도출해야 한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와의 교차투자방안을 강구하여 뉴욕뉴저지포트오소리티와 같은 항만과 공항이 공생공영토록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새로운 인천항의 ‘선주’께 묻고 싶다. 125세의 인천항을 더 이상 어린애 취급하지 말고 독립시켜 분가해 줄 수는 없는지를. 그동안 해양수산부는 시기상조라는 말 이외는 할 줄 몰랐다. 과연 125년간 독자적인 항만관리능력을 갖추지 못한 인천항의 무능함은 누구의 잘못인가? 해양수산부인가, 인천시인가? 아니면 인천시민인가?

인천항만공사는 이제 백년이 넘도록 중앙정부를 향해 젖 달라고 조르는 어린애 짓을 그만둘 수는 없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역기업과 주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야 한다. 인천시민과 지역기업이 사랑하는 인천항이 되지 않으면 과연 누구를 위한 인천항이란 말인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항만은 부초와 같은 신세가 된다. 이제는 정말 인천지역 오피니언 리더와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인천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인천항을 그리고 싶다.

인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