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설날(春節)과 정월 대보름이 막 지나갔다. 올해 중국의 춘절 귀성은 유난히도 힘들었다.

100년 만의 폭설로 인해 많은 지역에서 기차와 육로 운행이 중단되면서 대기 중이던 귀성객들이 일시에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쯤하면 안전문제 때문이라도 귀성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고향에 가지 않으면 꼭 사는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중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음력 설날이면 가족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새해 아침을 보내는 것이 오랜 전통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춘절이란 음력 1월1일, 즉 우리의 설날을 의미한다. 중국은 3천여년 전부터 줄곧 음력을 사용하여 왔으며, 그 때에는 음력 정월 초하루를 '신년(新年)'이라 하였다.

그러나 1911년 신해혁명이후부터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양력을 채용시하면서 양력 1월1일을 신년 혹은 원단(元旦)으로 부르고, 대신 음력 1월1일을 춘절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와 같이 춘절은 원소절(정월대보름), 청명절, 단오절, 칠석, 중추절, 중양절 등과 함께 중국인들이 가장 중시하는 전통 명절로, 공식적인 휴일은 우리나라와 같이 음력 12월31일 부터 음력 1월2일까지 3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최소한 1주일 이상 계속된다.

과거 중국인들은 음력 12월1일부터 정월대보름까지 45일 동안 쉬며 새해가 온 것을 축하하기도 하였다.

이 기간을 세 단계로 구분하여, 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베이니엔(備年, 음력 12월 1일부터 섣달 그믐날), 설을 지낸다는 궈어니엔(過年, 섣달 그믐날부터 정월 5일까지), 설을 축하한다는 허니엔(賀年, 정월 6일부터 정월 대보름까지)으로 나누었다.

한 달 동안 이어지는 베이닌엔 기간 중 초파일에는 오곡의 풍성함을 기원하는 '라빠저우(臘八粥)'라는 죽을 먹고, 마지막 일주일이 시작되는 섣달 스무 사흗날(작은 설, 小年)에는 조왕신(부엌신)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설을 맞이하는 본격적인 새해 경축 행사가 시작된다.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실내에 연화(年畵)라고 하는 그림을 붙이고, 돼지를 잡아 제사를 지내며, 대문과 기둥에 붉은색으로 두이롄(對聯, 댓구의 글귀)이나 문신상(門神像, 악마를 쫓는 작용)과 거꾸로 된 복(福)자를 붙여 새해 만사형통을 빌었다.

섣달 그믐날은 제야의 밤이라는 뜻으로 제석(除夕)이라 하는데, 이날에는 온가족이 함께 모여 풍성한 만찬인 제야의 음식(年夜飯)을 먹는다.

제야의 음식을 다 먹으면 온가족이 둘러앉아 담소를 즐기거나 놀이를 하며, 때로는 밤새 한잠도 자지 않는데 이를 수세(守歲, 까치설)라 한다.

밤 12시가 되면 집집마다 일제히 폭죽을 터뜨리는데 그것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춘절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하룻날 아침에 북방 사람들은 집집마다 만두를 먹고, 남방 사람들은 설 떡과 탕위앤(湯圓)을 먹는데 이는 해마다 나아지고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한 다음에는 친척과 친구를 방문하면서 며칠 동안 계속 새해인사(拜年)를 하면서 정월 대보름을 맞이한다.

최근에는 30년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의 혜택으로 갈수록 많은 이들이 고향이 아닌 유명 휴양지에서 온 가족이 함께 춘절을 보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타지에서 억척스럽게 생계를 이어가는 1억5천만명 이상의 농민공 중 적은 임금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고향을 찾아가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금 중국의 농촌에는 설 명절만이라도 이들이 고향에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부모와 자식들 혹은 아내나 남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내년 춘절에는 모든 농민공들이 밝은 웃음으로 귀성하여 음력 설의 진정한 의미를 소중한 가족과 함께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직 재능대학교 중국비즈니스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