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 꿈 이루고 불우 노인 돕는 정화숙씨

(인천=연합뉴스) 정화숙(61.여)씨가 지난 13일 인천 재능대학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받고 있다. 만학 꿈을 이룬 정씨는 사회복지사로서 무료급식소에서 불우 노인들을 돕는 제2의 인생을 열고 있다. << 전국부 기사 참조 >> (끝)

(인천=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배고픈 것보다 외로운 것이 더 힘들죠. 어려운 형편의 노인들을 도와 드리고 싶어요"

정화숙(여)씨는 61세의 나이로 인천 재능대학 실버케어복지과에서 수업을 마치고 지난 13일 꿈에도 그리던 학사모를 썼다.

정씨는 이달부터 인천 중구 화평동에 있는 무료급식소인 성언의 집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제2의 인생을 열고 있다.

2년 동안 낮에는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밤에는 학원에서 자격증 준비를 하는 고된 나날 끝에 정씨는 졸업장과 함께 특별상까지 받았다. 사회복지사 뿐 아니라 간호조무사, 한식조리사, 웃음치료사 등 자격증만 6개나 땄을 정도로 공부에 온 힘을 쏟았다.

정씨는 중학교까지 마쳤지만 배움을 더 이어나가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었다. 그는 14일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던 어려운 시기라 항상 마음 속에는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들 2명을 대학 공부까지 시키고 난 뒤 정씨는 남인천중고에서 4년제 중.고 과정을 마치고 재능대학 실버케어복지과에 들어가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웠다. 그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고 밝혔다.

손자까지 둔 나이에 뒤늦게 공부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시험 기간이면 학과 사무실에서 밤 늦도록 공부에 열을 올렸다. 정씨는 졸업식장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어려운 공부를 끝내고 졸업장을 받은 감격도 있었지만 더 공부하고 싶다는 아쉬움도 컸다.

그는 "졸업을 하니 서운하다. 좀 더 많이 배우고 싶은데 나이때문에 더 못하겠다"고 아쉬워하면서 "일하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공부는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씨는 이제 매일 150명에 대해 무료급식을 하는 성언의 집을 무대로 어려운 노인들을 돕는 일에 열중할 생각이다. 성언의 집에서 수년 전부터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이제 학업을 마쳐 본격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

정씨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집집마다 방문해 점심 도시락을 전달하면서 혈압도 측정해주고 말벗도 돼 주고 있다.

정씨는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어려운 형편의 노인들이 많은데 그 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kimyg@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