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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_이남식 총장] ‘일머리’를 키우는 곳 - 전문대학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26-04-14 조회 : 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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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 이남식 재능대 총장(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협회(COLiVE) 회장)


 

“저 친구는 일머리가 있어.” 직장에서 이 말을 듣는 사람은 누구인가. 놀랍게도 성적표가 아닌 손과 발로 먼저 움직인 사람이다. 복잡한 상황을 빠르게 읽고, 묻기 전에 먼저 행동하며, 실수를 통해 배우는 사람. 우리는 그를 ‘일 잘하는 사람’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 능력은 과연 어디서 길러지는가.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는 학교 성적과 직업적 성공의 상관관계가 생각보다 낮다는 사실을 오랜 연구 끝에 밝혔다. 그는 그 공백을 ‘실천지(Practical Intelligence)’로 설명한다. 명시적으로 가르쳐지지 않는 지식 즉, 현장에서 경험을 통해서만 습득되는 암묵지(Tacit Knowledge)야말로 고성과자를 만드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실천지를 체계적으로 길러내는 교육기관이 바로 전문대학이다.

 

■ 일머리는 이론이 아닌 실천에서 자란다 = 드레퓌스 형제의 전문성 발달이론은 숙련도를 다섯 단계로 나눈다. 초보자는 규칙을 따르지만, 진정한 전문가는 규칙을 뛰어넘어 패턴을 직관적으로 인식한다. 이 도약은 책상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실제 상황, 반복된 시행착오, 그리고 현장 피드백 속에서만 가능하다.

 

전문대학의 교육과정은 이 원리를 정면으로 구현한다. 간호학과 학생은 2학년이 되기 전에 이미 임상실습을 경험한다. 자동차과 학생은 엔진을 직접 분해하고 조립한다. 호텔조리과 학생은 실제 주방에서 셰프와 나란히 선다. 이것은 단순한 ‘실습’이 아니다. 경험을 지식으로 전환하는 콜브(Kolb)의 경험학습 사이클이 매일 교실과 실습실 사이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 역량의 빙산, 그 수면 아래를 키우는 곳 = 맥클리랜드와 스펜서는 역량을 빙산에 비유했다. 수면 위의 지식과 기술은 측정하기 쉽지만 성과 예측력이 낮다. 진짜 고성과자를 가르는 것은 수면 아래, 즉 자기개념·동기·특질이다. 전문대학은 이 수면 아래 역량을 키우는 데 탁월하다.

 

팀 프로젝트로 단련되는 협업 지능, 고객을 직접 상대하며 자라는 관계 감수성, 마감 앞에서 우선순위를 세우는 실행력. 이 모든 것이 전문대학의 밀도 높은 현장 연계 교육 속에서 형성된다. 학생들은 졸업 전에 이미 ‘일 잘하는 사람’의 사고패턴을 체화하고 있다.

 

■ 인공지능(AI) 시대, 전문대학의 역할은 더 커진다 = AI는 정형화된 지식을 대체한다. 그러나 물리적 세계에서 몸으로 부딪히는 기술, 불확실한 상황을 맥락으로 읽어내는 판단력,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성적 연결은 여전히 인간의 고유영역이다. 로봇공학자들이 ‘피지컬 AI(Physical AI)’의 한계로 꼽는 것도 바로 이 영역이다.

 

전문대학이 키우는 인재는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현장 전문가다. 간호사는 AI 진단 보조도구를 해석하고, 스마트팩토리 기술자는 로봇과 협업하며, 드론 조종사는 자율비행 알고리즘을 현장에 적용한다. 이들이 갖춘 것은 지식만이 아니라, 그 지식을 현실 속에서 작동시키는 ‘일머리’다.

 

■ ‘2년의 기적’을 다시 보라 = 전문대학은 2~3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학생의 삶을 바꾼다. 학비 부담을 줄이고 빠르게 사회에 진출하면서도, 현장에서 즉시 통하는 전문성을 갖추게 한다. 이것은 효율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의 경제적 자립 시기를 앞당기고, 기업에 즉전력(卽戰力)을 공급하며, 지역의 산업생태계를 지탱하는 사회적 역할이다.

 

선진국의 직업교육을 보자. 독일의 아우스빌둥(Ausbildung), 스위스의 직업교육훈련(VET), 싱가포르의 폴리테크닉. 이들 나라에서 직업교육은 ‘차선책’이 아니라 사회 유지의 근간이다.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우리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학벌이 아닌 역량으로, 간판이 아닌 실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그 전환의 중심에 전문대학이 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가장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은 아니다. 경험을 지혜로 바꿀 줄 아는 사람이다. 전문대학은 바로 그 전환의 훈련소다. 손끝에서 시작된 배움이 현장에서 완성되고, 현장에서 쌓인 역량이 세상을 바꾼다. ‘일머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전문대학에서 길러진다.

 


📚 출처 : 한국대학신문 (https://news.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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