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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_이남식 총장]'늙는 한국', 대학 캠퍼스에서 해법 찾는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자 : 2026-08-21 조회 :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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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_ 이남식 재능대학교 총장

 

일본의 ‘아키야’(빈집)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집은 계속 지어진 결과, 일본 전역에 900만 채의 빈집이 방치돼 있다. 한국은 다른 방향에서 비슷한 절벽을 향해 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여전히 집이 모자라고, 지방 대학의 강의실과 기숙사는 학령인구 감소로 하나 둘 비어간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공간의 문제(부족한 도심 주택과 텅 비어가는 캠퍼스)를 하나의 해법으로 묶을 수는 없을까. 그 답은 대학 연계 은퇴자 공동체, ‘K-UBRC’(University-Based Retirement Community)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유례 없는 조건에 놓여 있다. 65세 이상 고용률은 3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압도적 1위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일자리 만족도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이 자아 실현이 아닌 생계형 노동이기 때문이다. 노인 빈곤율은 최근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왔다지만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이다. 기대수명은 83.7세로 늘었으나,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고 있는 60대 이상은 34.1%에 불과하다. 오래 살게 됐지만 건강하지도, 넉넉하지도 못한 노후, 이것이 대한민국 초고령사회의 민낯이다.

 

재능대학교가 송도 글로벌캠퍼스 1만평 부지에 구상하는 K-UBRC는 이 모순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이 구상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시니어를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평생학습자이자 생산자’로 재정의한다. 레지던스칼리지 방식으로 대학에 정식 등록해 강의를 듣고, 청년 세대와 코리빙·코워킹하며 디지털 역량을 교환한다. 둘째, 수도권에 주택을 보유한 액티브 시니어가 부동산을 수익화해 이주하면, 서울의 주택 재고가 순환되고 그 자금은 리빙랩 연구개발(R&D) 재원으로 전환된다.

 

셋째, 인천에 이미 자리 잡은 산업 인프라를 실증 무대로 삼는다. 인천에는 239개 로봇기업이 있고 매출은 전국의 24%를 차지한다. 인천시는 ‘수도권 유일 피지컬 AI 클러스터’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여기에 재능대 뇌건강센터의 뉴로바이오피드백 인지개선 기술과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을 결합하면, 낙상 예방을 넘어 경도인지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인지-신체 통합 웰니스 플랫폼이 가능해진다.

 

이 모델의 진짜 가치는 경제적 파급력에 있다. 한국은행은 부모 간병으로 인한 경제활동 손실이 GDP의 0.5~0.9%, 연간 11조~19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건강수명이 늘어나 이 같은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면, 이는 곧 국가경제의 생산성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시니어가 대학 캠퍼스에서 강의·멘토링·실증 참여로 소득을 이어가면, 생계형 노동에 내몰리던 노후가 존엄을 지키는 노후로 바뀐다. 건강수명 연장과 노후 경제활동 확대는 별개의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고리다.

 

고령자의 실물자산 비율은 85.1%로 미국이나 일본보다 현저히 높고, 65세 이상 가구주의 주택 소유율도 67.8%에 이른다. 즉 한국의 시니어는 ‘자산은 있으나 현금이 없는’ 세대다. K-UBRC는 이런 잠긴 자산을 활성화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서울의 집 한 채를 그대로 끌어안은 채 늙어가는 대신, 그 자산을 리빙랩 참여의 종잣돈으로 전환하면 개인의 노후 대비와 국가의 웰니스테크 산업 육성이 같은 방향을 향하게 된다.

 

K-UBRC의 가능성은 캠퍼스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재능대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웰니스 사업 협력을 맺고, 삶의 질을 주제로 한 공동 콘텐츠와 포럼, 공개 강연을 준비하고 있다. 미디어와 교육이 만나 웰니스 담론을 대중과 나누는 이 협력은, K-UBRC가 캠퍼스 담장 안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의제로 확산되는 통로가 될 것이다. 특히 2026학년도 신설한 글로벌태권도학과와 연계해 신체 활동과 웰니스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시니어의 능동적 건강관리와 청년 세대의 진로 개척이 한 캠퍼스 안에서 맞물리는 또 하나의 접점이 열린다.

 

대학은 유휴 캠퍼스를 자산으로 되살리고, 시니어는 존엄한 노후와 자산 수익을 함께 얻으며, 국가는 늘어난 건강수명을 생산성으로, 예방된 빈곤을 재정 여력으로 되돌려받는다.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의 위기를 맞은 한국이 가장 먼저 그 해법을 세계에 수출하는 나라가 될 차례다. 그 첫 실험실이 인천 송도라면 이보다 더 적절한 출발점은 없을 것이다.



📚 출처 : 디지털타임스 (https://ww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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