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재단 초청으로 지난 10월 1일부터 2개월 과정으로 인천재능대에서 '재외동포 차세대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미용사들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구동성으로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면서 "K팝이나 한국 TV드라마처럼 주목받도록 널리 전파하겠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이번 교육에 참가한 10명의 학생은 매일 오전 9시부터 2시간 동안 한국어 수업을 들은 뒤 오후 5시까지 최신 메이크업, 헤어, 네일아트, 스킨케어 분야의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았다.

주말에는 인천의 한국이민사박물관과 차이나타운, 서울의 명동과 남산 등지를 둘러보며 한국 문화 체험에도 나섰다. 이들은 27일 수료식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 한국교육원을 통해 선발된 이들의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의 미용 경력을 지니고 있다.

뷰티케어학과의 이주미 학과장은 "짧은 시간에도 금방 배워서 따라 하는 걸 보니 역시 한민족은 손재주가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면서 "나중에 복습하겠다며 수업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고 주말 강의를 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열정이 넘쳐 가르치는 보람이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알마티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 나탈리아(37) 씨는 "고려인은 다른 민족보다 피부도 좋고 손재주도 뛰어나 미용 분야 종사자가 많다"며 "한국은 미용 기술이 앞선 데다 미용 관련 제품이 우수해 기회가 되면 현지에 도입해 활용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교육생 가운데 유일한 남자 미용사인 니 블라디슬라브(36) 씨는 미용사 경력이 6개월이 채 안 된다. 지난해까지 건설회사 팀장으로 근무하던 그는 미용 분야로 전직했다.

"평소에 손으로 뭘 만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유명한 미용사들이 대부분 남성인 것을 보고 용기를 냈지요. 섬세하고 창조적인 일이라서 적성에도 맞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 이름이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려인 3세로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강 리디야(22) 씨는 방학 때마다 현지에서 미용학원에 다녔고 올봄에 대학 졸업 후 좀 더 수준 높은 기술을 배워서 미용사로 나서려고 이번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한국을 처음 방문했는데 이렇게 선진국인지 몰랐습니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모두 한민족이라서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이번 교육 덕분에 취업도 잘될 것 같아요. 선진 기술을 활용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설렙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네일아트 전문가로 활약해온 조 리디야(37) 씨는 "카자흐스탄 경제가 발전하면서 미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며 "한국의 미용 기술은 화려한 색감과 다양한 재료 활용이 돋보여 현지에서도 인기를 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교육은 재외동포재단이 항공료와 체재비 등을 지원하고 인천재능대가 강의 등을 재능기부해 이뤄졌다.

재외동포재단 관계자는 "CIS 지역의 고려인 동포를 위해 현지에서 'IT 교육'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초청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아 내년부터 CIS 전 지역으로 확대하고 교육 분야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생들은 "두 달이 너무 빨리 지나 아쉽다"면서도 빨리 돌아가서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있었다.

"이번에 교육받으러 온 것을 아는 고객들이 '언제 한국식 미용 기술로 나를 멋지게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전화로 물어올 정도예요. 현지에서는 한국 여성들이 피부도 좋고 멋스럽게 잘 꾸미는 것으로 알려져 '미용 한류'의 전망이 무척 밝습니다."